“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Binary Sunset View” exhibition catalogue, May 2023
기획 · 참여: Yonsok Yi 이 연석 李沿錫 & Yongjae Lee 이 용재 李鏞在
글: 임 재형
디자인: 안 종민
사진 촬영 · 편집: 이 요셉
임 재형, “사이를 위한 글쓰기”,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Binary Sunset View” exhibition review, Jan 2023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Yonsok Yi 이 연석 李沿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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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12월 26일*
서북풍이 강하게 불어
가고 싶어**
불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갈 수 없고**
열쇠가 없어 지붕이 불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았고
보고 싶어**
전해 내려오던 악보와 악기들, 얼굴이 소실된다
볼 수 없는**
햇빛에 타는 향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에**
영원 속에서**
무거운 꽃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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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꽃들은 여전히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있었어
해가 멈춘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꽃은 그 주위에 몰려드는 어둠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고
어둠 속에 오래 머물면 눈이 멀게 되니까
동지의 축제들은 태양이 다시 움직이도록 비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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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2일***
피가 흘렀을 때에는 이미 비극이 끝나버린 후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육체
물질이 얼마나 우리들로부터 멀리 존재하며
그 존재 방법이 얼마나 소원한가 하는 점을
다만 보여지고 있었다
여실히
본다고 하는 것이, 이토록 살아 있는 자의
권리의 증명이며 잔혹함의 표시일 수도 있다는 것은
때로는
도망치는 도둑이 고귀한 보석을 삼켜서 숨기듯이
내 육체의 속에 숨겨 갖고 도망칠 수도 있겠다
내일이야말로 불타리라
_
2023년 1월
목소리와 몸이 엇갈린
네가 하는 말의 뜻은 모르는 채
기교를 빈틈없이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 1954년 용두산 화재
** 해바라기의 노래 〈내 마음의 보석상자〉(1986)에서 인용
*** 유키오 미시마의 소설 『금각사』(1956)에서 인용
Binary Sunset View
Yongjae Lee 이 용재 李鏞在
이 자리에 이 글을 채워 넣기 전에 지워진 것들이 몇 개 있다. 하나는 이메일의 형식을 취한다. 내가 상상한 기획자가 내게 보낸 답장을 가장한 것이다. 그 기획자와 나는 나의 시대관에 대해 얘기 나눴다. 나는 그걸 스스로 말하는 게 다소 어렵다고 얘기했고, 기획자는 공감을 표시한 후에 친절한 말투로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그저 은유를 늘어놓은 것도 있었다. 연석이와 얘기할 때 내가 좋게 느끼는 그런 거. 주르륵. 그러다가 제일 나중에는 인터뷰이가 되어 마지막에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구어체로. 물리학 상식에 빗대어 내가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 시간관 등의 것들을 다소 빠르게, 적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왜냐면 다른 이가 만든 것을 볼 때에도 그림을 그릴 때에도 신발을 잠깐 빌려 신는 듯한 과정은 여러 번씩 있었으니까.
두 명의 작가가 만드는 이 전시에 나는 아마 빈자리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의자 같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둘 중 한 명의 작가로 돌아와, 쓴다. 마지못해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분명 어떤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시간선을 구부렸다. 지는 해는 잠깐 멈춰 두었고 밤이 보고 싶다면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다. 여기를 전혀 다른 곳이라고 여겨도 좋다. 잘린 시간선을 잡은 그 손끝이 다시 선을 만나면, 그러니까 만약 내가 진정한 역행에 성공한다면, 아니 그러니까 그런 착각이 성립한다면, 나아간다는 개념 같은 건 사라진다. ‘예견’과 ‘회상’, 두 단어를 모아 관찰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대체하도록 하자. 이제 들여다보면 될 뿐이다. 그 자리에서. 조용한 자유. 개입하고 싶어지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 때문에 무언가 변하더라도 이제 시간은 넓어지기만 할 뿐이니까. 어떤 단어들은 이제, 이미 없다.
자간도 행간도 넓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글을 여유롭게 읽어 줬으면 해서. 결국에는.
(나의) 자리.
≤published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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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 Basel, Switzerland, presented by Shower; with Kyungtae Kim, presented by Whistle
Shower, Seoul, Korea, two-person exhibition with Muyeong Kim, “Everyone Else Is Asleep”
Shower, Seoul, Korea, Yonsok Yi solo exhibition, “Eyes Far Lips Act.2 Scene.2”; as part of “Eyes Far Lips Act.2”
Windmill, Seoul, Korea, concert, “Ambassadors”; with Hanjoo Kim, Kitty, Y2K92; as part of “Eyes Far Lips Act.2”
Windmill, Seoul, Korea, Yonsok Yi solo exhibition, “Eyes Far Lips Act.2”
YK Presents, Seoul, Korea, two-person exhibition with Yongjae Lee,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Binary Sunset View”
White Noise, Seoul, Korea, Yonsok Yi solo exhibition, “눈 먼 입 Eyes Far Lips”; curated by Jungmin Cho
Mirrored Sphere, Seoul, Korea, two-person exhibition with Jihyoung Han, “Are We being Good, Ancestors?”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Seoul, Korea, private presentation with Hanjoo Kim, “a Late Night Special”
Weekend, Seoul, Korea, two-person exhibition with Jaeho Park, “Vera Verto”; curated by Nahyun Kim, Jenny Cho
group & collaborative exhibitions and others
Ewha Womans University Emerson Chapel, Seoul, Korea, performance by Tomyeong Lee, “실습 교생 정원사 The Practicum Garden”; scenography, featuring works
Whistle & Shower,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Rooms of Convergence”
Bio Gallery, Seoul, Korea, Yongjae Lee solo exhibition, “터 Teo”; collaborative participation, featuring works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Lost and Found”; collaborative participation in Yongjae Lee’s installation, featuring works
The Preview Seongsu, Soeul, Korea, presented by Shower, with Yelim Ki, Simon Shim-Sutcliffe, Sean Jun Yeon
YK Presents,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2^4”; co-curated with Yongjae Lee; collaborative works with boma pak
Shower, Seoul, Korea, event, “Goodnight”; as part of “New Years at Shower”
Pack, Seoul, Korea, invited by Jaemin Hwang, with Muyeong Kim, Hyunjin Kim, Yongjae Lee, Shampoo
Our Week, Seoul, Korea, presented by Shower
Shower,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Framer”; curated by Leesop Cho
The Preview Seongsu, Seoul, Korea, presented by White Noise, with Gijeong Goo, Kai Oh, Rondi Park
Museumhead, Seoul, Korea, Muyeong Kim solo exhibition, “미간 위 집 House On Glabella”; collaborative participation, featuring works
Perform Collection System, online, performance by Muyeong Kim, “Nimbus”; collaborative participation, featuring works
Figure Ground, Seoul, Korea, research presentation, “I solemnly swear I am up to no good”; invited by Chang You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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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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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iography
Jaemin Hwang 황 재민, “눈 먼 자들의 그림”, BIZart, Jan. 17, 2024
Jaemin Hwang 황 재민, “거울의 대사들” “Eyes Far Lips Act.2” exhibition text, Oct 2023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Binary Sunset View” exhibition catalogue, May 2023
Im Jaehyoung 임 재형, “사이를 위한 글쓰기”,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Binary Sunset View” exhibition review, Jan 2023
Jaemin Hwang 황 재민, “시체를 위한 무대: 《눈 먼 입》에 관하여”, “눈 먼 입 Eyes Far Lips” exhibition text, Oct 2022
Muyeong Kim 김 무영, “a Featurette”, “눈 먼 입 Eyes Far Lips” exhibition text, Oct 2022
Tomyeong Lee 이 토명, “유리 이후", “눈 먼 입 Eyes Far Lips” exhibition text, Oct 2022
Jungmin Cho 조 정민, “눈 먼 입 Eyes Far Lips” exhibition text, Oct 2022
Jaemin Hwang 황 재민,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절반의 마법”, “Vera Verto” exhibition review, 집단오찬, May.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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